퇴근길, 정류장에서 발이 멈췄다
버스를 기다리다가,
갑자기 방향을 틀었다.
딱히 누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
오늘 하루가 특별히 힘들었던 것도 아니었는데
그냥,
지금 이대로 집에 가는 건 아쉬웠다.
차가운 바람이 살짝 불었다.
그게 계기였을지도 모른다.
어느 골목, 낯설지 않은 입구
길을 돌고 돌다
낯익은 골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.
예전에 친구 따라 가본 적 있는 곳.
괜찮았다는 인상만 어렴풋하게 남아 있었다.
그래서 문을 열었다.
조용했고,
공기마저 정돈된 느낌이었다.
말 없이 준비된 공간
리셉션에서 많은 말이 오가지 않았다.
직원이 보여준 건
단순한 룸 하나였는데
묘하게 안정감을 주는 구조였다.
매니저가 들어왔다.
눈을 마주치고,
내가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.
초이스 시스템이 부담스러울 줄 알았는데
생각보다 자연스러웠다.
음악을 틀었다,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
마이크를 잡진 않았다.
그냥 리모컨으로 재생 버튼만 눌렀다.
스피커에서 흐르는 소리는
공간에 가볍게 번졌고
그 안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
오늘 하루가 조금 정리되는 느낌이었다.
사람 목소리보다
기계가 뿜는 리듬이 더 위로가 될 때가 있다.
짧았지만, 긴 호흡을 한 느낌
시간은 길지 않았다.
룸을 나와 다시 골목으로 들어섰을 때,
몸이 가벼워졌다기보다
생각이 정리된 느낌이 더 강했다.
굳이 특별할 필요 없었다.
이곳은
필요한 만큼만 머물다 가기에 딱 좋은 공간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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